현재 전 세계 많은 여행산업 컨퍼런스에서 2023년의 여행 트렌드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첨예하게 갈리는 의견도 있지만(특히 산업의 규모가 다시 커질 것인지, 침체될 것인지), 유독 의견이 모이는 트렌드가 하나 있습니다. ‘몰입형 경험’에 대한 뚜렷한 선호입니다. 포커스라이트가 경험산업 미디어 어라이벌(arival)과 함께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00여 명의 미국과 유럽 여행자들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해 2022년의 역사 및 관광명소에 대한 선호가 크게 낮아진 반면, 테마별 가이드 투어의 구매의사가 크게 늘었다는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최근 여행자가 가장 선호하는 투어 및 경험 분야 중 하나가 미식입니다. 어떤 나라에 가고 싶어지는 동기요인 중 ‘무엇을 먹어보고 싶은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인데요. 전 세계 정부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자국의 음식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시달리는 관광 국가는 슬로우 푸드 체험을 내세우며 토스카나처럼 관광객이 덜 몰리는 지역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예정입니다. 이는 제가 2020년 책 ‘여행의 미래’에서부터 꾸준히 소개해온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마침 미국의 미식 미디어 ‘푸드 앤 와인(Food and wine)’에서 업계 전문가에게 2023년 주목해야 할 미식여행 트렌드를 인터뷰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재미있는 키워드를 뽑아 정리해 보았으니, 내년에 미식을 테마로 여행을 떠나실 분들께 좋은 가이드가 되시길 바랍니다.
기차여행과 미식의 조합
해당 지역의 문화를 깊게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이 친환경 트렌드와 만나면서, 항공이 아닌 기차를 이용한 미식 관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빙하 특급을 타고 음식과 와인에 몰입하는 철도 여행부터, 지역 명물로 만들어진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유럽 철도 여행까지 다양한 기차여행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국의 문화 수도를 연결하는 고속 철도 여행에서는 쿠킹 클래스, 재래시장 방문, 현지 와인 농장 시음과 같은 경험이 점차 더 많이 포함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서가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인데요. 국가 전체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기차 인프라를 기반으로, 호화로운 미식 경험을 기차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일본의 사케 기차 슈쿠라 고시노(지역 명주 5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가 좋은 사례죠. 기차 소개 및 예약은 여기.
제가 취재했던 인도 럭셔리 기차 여행(매일, 3끼 모두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기차)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몰입형 음식 경험과 숙박의 결합
힐튼(Hilton)의 2023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2023년에 더 몰입감 있고 진정한 문화 경험을 찾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미식 여행에서도 단순히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외에,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나 푸드 투어에 참여하고, 해당 지역의 전통 술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양조장에서 시음을 해보는 투어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몰입형 음식 여행지는 이탈리아입니다. 농가 민박을 하면서 현지인이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숙박 형태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는 에어비앤비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훌륭한 대안 여행 방식입니다. 지난 11월 세종대 특강에서 제가 대학생들에게 소개했을 때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여행 방법이기도 한데요.
아그리투리스모는 검색만 해도 이탈리아 전역에 많은 시설을 찾을 수 있지만, 아그리투리즈모 공식 웹사이트(agriturismo.it)에서도 지역별 숙박 시설을 찾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