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세계는 하이브리드 및 원격 근무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더 많은 전 세계 근로자가 어디에서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매출 수혜를 본 서비스가 바로 에어비앤비입니다. 주택의 렌트 기간이 일반적인 관광 목적 숙박보다 훨씬 더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 체류가 필요한 원격 근무자에게 에어비앤비는, 정말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선택일까요?
지난 2022년 10월, 영국의 주택보험사인 CIA가 아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도시의 월 임대료와 에어비앤비의 월 평균 임대 비용을 비교해본 것인데요. 조사를 위해 우선 도심 지역의 침실 1개짜리 동일한 주택 사이즈를 기준으로, 눔베오(numbeo) 데이터에 따른 도심의 월 평균 임대료 vs. 같은 기간에 에어비앤비에서 표시한 침실 1개의 월 임대료를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전 세계에서 현지 임대료 대비 에어비앤비가 비싼 도시 15곳?
순위 | 도시 (국가) | 아파트 월 평균 임대료 (£) | 월 에어비앤비 평균 투숙료 |
1 | 런던, 영국 | 1,848 | 12,652 |
2 |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 1,486 | 8,367 |
3 | 호주 캔버라 | 1,170 | 7,939 |
4 | 예루살렘, 이스라엘 | 1,120 | 7,809 |
5 | 웰링턴, 뉴질랜드 | 1,150 | 7,716 |
6 |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 | 1,306 | 7,614 |
7 | 코펜하겐, 덴마크 | 1,426 | 7,061 |
8 | 더블린, 아일랜드 | 1,661 | 7,034 |
9 | 오슬로, 노르웨이 | 1,188 | 6,244 |
10 | 프라하, 체코 | 769 | 5,676 |
11 | 마드리드, 스페인 | 897 | 5,738 |
12 | 파리, 프랑스 | 1,156 | 5,897 |
13 | 미국 워싱턴 | 1,984 | 6,608 |
14 | 스톡홀름, 스웨덴 | 1,158 | 5,727 |
15 | 베른, 스위스 | 1,083 | 5,628 |
에어비앤비와 현지 임대료의 격차, 무엇을 의미할까?
이 조사 결과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현지 주택 임대료와 에어비앤비 비용 사이에 가장 큰 격차를 드러내는 도시는, 집주인이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의 순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즉 이렇게 현지인의 주택 임대료와 에어비앤비의 관광 임대료 격차가 큰 도시는 젠트리피케이션, 또는 현지 거주자가 거주지를 잃을 확률이 큰 도시들이죠. 공교롭게도 런던이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런던에서는 집주인이 일반 임대를 에어비앤비로 돌릴 경우, 한 달 만에 최대 £12,652, 6개월에 최대 £75,912를 벌 수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에어비앤비는 체류 기간에 따라 한 달에 £8,367, 6개월에 £50,202를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수익율은 엄청나게 비싼 현지 부동산을 보유한 극소수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해외 한달 살기,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그렇다면, 한 달 이상 같은 도시에 머물면서 일과 여행을 함께 하려는 디지털 노마드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영국 런던에서는 에어비앤비 대신 단기 임대를 선택할 경우 월 평균 £11,000(한화 17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다소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옵니다.
문제는, 1년 이하 단기 체류의 경우 외국인이 현지 부동산을 거래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이 정도로 비싼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영국의 경우 최소 1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영국에서는 주플라(zoopla), 라이트무브(Rightmove) 등 주택 임대 플랫폼을 이용해 매물을 확인하고 주택 임대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포트에서는 영국의 임대 사정만 알아보았을 뿐, 다른 나라의 임대 제도나 플랫폼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혹시 에어비앤비와 같은 여행 숙소 플랫폼 외에 현지 임대 아파트를 빌릴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히치하이커에 공유해 주세요! 🙂
혹시 학생이거나 방학 시즌에 여행을 하는 1~2인 여행자라면, 유니버시티룸스(universityrooms)와 같은 대학이 운영하는 숙소도 추천합니다. 이 서비스는 곧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주택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도시는?
순위 | 도시 | 1개월 (£)) | 3개월(£) | 6개월((£)) |
1 | 앙카라, 터키 | 217 | 651 | 1,303 |
2 | 보고타 콜롬비아 | 303 | 909 | 1,818 |
3 | 칠레 산티아고 | 375 | 1,124 | 2,248 |
4 | 헝가리, 부다페스트 | 384 | 1,153 | 2,306 |
5 | 리가, 라트비아 | 386 | 1,157 | 2,313 |
6 | 아테네, 그리스 | 430 | 1,290 | 2,580 |
7 | 브라티슬라바, 슬로바키아 | 559 | 1,677 | 3,354 |
8 | 탈린, 에스토니아 | 573 | 1,718 | 3,437 |
9 | 류블랴나, 슬로베니아 | 582 | 1,746 | 3,491 |
10 | 산호세, 코스타리카 | 594 | 1,783 | 3,566 |
같은 조사에서, 가장 주택 임대료가 저렴한 상위 10개 도시도 발표했는데요. 주로 동유럽과 남미 도시들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저렴한 주택 임대료 외에도 와이파이 속도, 생활 물가, 치안 지수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많으니, 위 순위는 참고 정도만 하는 것이 좋겠네요.
마치며
이 조사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영국의 주택 수요와 공급 불일치, 이로 인한 생활비의 상승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피해 다른 나라로 임시 이주하거나 더 저렴한 나라로 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 가을에 영국 저비용 항공사 이지젯(easyjet)이 내놓은 28일짜리 이집트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 상품은 출시한 지 24시간만에 매진됐습니다. 이 상품의 홍보 문구에는 생활비(‘cost of living’) 절약을 위해 여행을 선택하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겨울의 혹독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를 피해, 더 저렴한 나라로 옮겨가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더 저렴한 생활물가를 가진 나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추천 도서도 곧 소개해 볼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