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을 연 아만(Aman)의 신규 호텔,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아만바리(Amanvari)’에서 이례적인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미화 1박당 최소 6,000달러(한화 약 8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객실 요금을 지불하고 숙박을 예약했던 럭셔리 호텔 전문 유튜버가 현장에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고 경찰에 신고되어 퇴거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레거시 럭셔리 호텔 산업이 디지털 시대의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를 대하는 미숙한 미디어 대응 전략과, 동시에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나 협력 없이 ‘폭로성 리뷰’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튜브 리뷰의 한계를 둘다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하치하이커는 아만바리 예약 취소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고, 최근 유튜버들의 내돈내산 폭로성 리뷰에 대한 명확한 한계점과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보았습니다.

레거시 호텔업계가 뉴미디어를 대하는 허술한 태도
아만은 과거 ‘아만정키(Amanjunkies)’라 불리는 팬덤을 중심으로 은둔형 럭셔리를 지향하던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경영진 교체 이후 도시형 럭셔리 확장과 브랜드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히치하이커에서도 기사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멕시코 로스카보스 외곽에 새롭게 오픈한 아만바리는 외형적으로는 과거의 입지적 독점성을 계승하는 듯 보였으나, 운영 측면에서는 조급한 하드 론칭(Hard Launch)과 극단적인 미디어 차단이라는 상업적 모순을 나타냈습니다.
8월 4일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미국인 유튜버 라이언 워커는 로스카보스 산호세델카보 공항에서 오지 도로를 따라 2시간 이상 운전하여 아만바리 부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전 이메일이나 안내 책자에도 구체적인 위치나 입구 경로가 안내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두 차례나 주변을 회전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입구 게이트에 도달했을 때, 경비 직원은 투숙객의 이름을 이미 알고 확인했음에도 “시스템에 예약 정보가 없다”며 진입을 통제했습니다. 유튜버가 몇 주 전 예약 및 결제를 완료한 확정 이메일을 보여주며 총지배인과의 면담을 요청하자, 현장 감독관은 투숙 당일 전날 밤(!)에 전송된 이메일 한 통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해당 메일에는 “오픈 수일 만에 운영 안정화를 위해 객실 도착 인원을 줄이기로 결정하여 숙박을 취소한다”는 정형화된 통보만 담겨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유튜버가 공개한 영상에는 2시간 넘게 이동해 도착한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대면 소통조차 거부하는 호텔 측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또한 호텔은 유튜버 일행을 부지 밖으로 퇴거시키기 위해 현지 경찰에 신고를 감행했습니다. 심지어 유튜버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호텔 메인 예약선과 총지배인 직통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끊어버리거나 응답을 회피했고, 비디오그래퍼의 다른 번호로 전화했을 때만 응답하는 등 비겁한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사건 당일 아만바리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동일 날짜의 일반 예약이 정상적으로 가능했던 상태였습니다. 즉, 아만바리는 소프트 오프닝(Soft Launch)이 아닌 정상 객실가를 받는 정식 개장을 진행했음에도, 비판적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유튜버의 투숙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고 물리적 퇴거(경찰 호출)를 강행한 것입니다.
경영진 교체 이후 적극적인 상업화와 글로벌 확장을 추진해 온 아만은, 이번 사건을 통해 ‘높은 요금표는 제시하면서도 비판적 미디어의 검증은 거부하는’ 브랜드 운영의 치명적 모순을 노출했습니다. 뉴미디어 리뷰어가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파급력을 우려하여 솔직한 소통 대신 물리적 통제와 은폐를 택한 것은,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업계가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환경을 얼마나 아마추어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내돈내산 리뷰, 폭로성일수밖에 없는 이유 – 유튜브의 수익구조
그러나 호텔 측의 미숙한 대응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공개한 뉴미디어 크리에이터의 미디어 문법에 대한 재검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라이언 워커는 스스로를 독립적인 럭셔리 호텔 평론가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유튜브 리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웹사이트의 ‘워커 호텔 인덱스’를 통해 전 세계 주요 호스피탈리티 사업장을 50점 만점 기준으로 랭킹화하여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덱스에서 제시하는 평가 항목(객실, 식음료, 서비스, IT-Factor, 가성비)과 세부 기준들은 계란의 익힘 정도나 룸서비스의 대기 시간 등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파편적 경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과 웹사이트에는 상세한 프로필도 없고, 여행 분야 전문성에 대한 어떠한 검증 가능한 정보도 게시되어 있지 않아서 히치하이커는 좀더 취재를 해봤습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대행사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과거 영화배우 이력도 있는 인물입니다. 단순한 인플루언서 대행업을 벗어나 그 스스로가 인플루언서가 되기로 결심하고, 콘텐츠의 메인 테마를 자신의 취미였던 럭셔리 여행 리뷰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행이나 호텔업에 대한 이력이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라이언이 얼마 전 유튜브에 올린 포시즌스 요트 리뷰를 살펴봤는데요. 그의 평가는 ‘이 정도면 돈값 한다 or 안 한다’ 식의 결론을 내리는 단편적인 시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 배경 지식도 전무하고 관계자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도 않고 ‘이 돈 내고 받은 서비스가 이 정도 수준이라고?‘로 조회수를 노리는 여행 콘텐츠의 문법은 이제 너무나도 흔합니다. 드론샷이 많은 걸 보면 사전에 업체 허가도 받은 것 같은데, 이런 리뷰를 눈감아준 포시즌스가 대인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영상의 시청자 반응은 너무 쉽게 예측 가능하죠. 댓글창은 역시나 ‘이 돈내고 이런 대접을 받다니 처참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가득했습니다. 이게 실 수요 소비자를 위한 정보성 리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만바리는 이 채널의 여러 영상과 댓글을 검토한 뒤 리뷰 의도를 파악하고 예약을 거부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거부 방식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사실 한국의 거의 모든 유튜브 여행 리뷰도 대체로 이 정도 수준과 문법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나와 비슷한 ‘일반인’이 경험한 날것 그대로의 상황과 리뷰를 선호하거든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도 여행 분야 이력이나 업계와의 접점이 전혀 없는 여행 리뷰 채널이 절대 다수입니다. 이런 채널들의 공통된 특징은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내돈내산을 강조하고요, 두번째는 조회수가 중요하므로 반전을 노리는 ‘폭로성 리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현상은 여행 분야 유튜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리뷰 채널인 ‘잇섭’의 경우 내돈내산 리뷰도 많지만 다양한 IT 회사와 협업을 하고 취재를 갑니다. 그런다고 해서 채널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협찬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행 리뷰 채널들은 애초에 조회수만을 목표로 일단 내돈내산으로 기획을 하고, 스폰서십은 여행과 무관한 업체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포시즌스 요트 영상 역시 패션 브랜드로부터 광고를 받아 제작했습니다. 여행업계와의 협업을 적극 도모하거나 협업 방법을 아는 채널도 거의 없지만, 협업을 하더라도 그 콘텐츠를 인스타 릴스와 같은 광고성 콘텐츠 레벨을 뛰어넘은 유용한 정보 콘텐츠로 가공해 소비자에게 전달할 역량과 영향력을 갖춘 B2C 미디어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히치하이커TV는 바로 이 지점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탄생한 채널입니다.
마치며
아만바리 사태는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산업과 뉴미디어 생태계 모두에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호텔업계는 뉴미디어 시대에 맞춘 소통의 투명성과 전문적인 뉴미디어 관리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합니다.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좀더 많은 유튜브 생태계와의 조우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여행업계가 유튜브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폭로성 유튜버들을 오히려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협업은 죄다 여행 분야와 상관없는 소위 ‘유튜브 셀럽'(과 그들이 속한 대행사)에게 집중되어 엉뚱한 타겟에게 마케팅 예산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에는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매번 특정 유튜버에게만 고액 장거리 여행 협찬이 몰린다, 구체적인 여행 정보도 없고 소비해 주기 싫다’며 불매와 협찬 영상 시청 거부 여론도 확산하는 실정입니다.
저도 과거 여행업계를 취재하던 기자에서 지금은 여행 분야 유튜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여행업계가 유튜브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어떤 채널을 어떻게 선별하고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인 협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튜브는 인스타그램 및 블로그와는 작동 방식이 너무나 다르고 소셜미디어가 아닌 저널리즘에 가깝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여행 유튜버들이 업계와의 접점을 만들지 못한 채 광고는 타 업계에서 받고 내돈내산 폭로성 리뷰를 자극적으로 이어간다면, 여행업계의 위기 관리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 부분은 한번 밋업 형식으로 업계 분들과 논의를 구체화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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