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전문 기구 중 하나인 세계관광기구(UNWTO)는 매년 관광산업의 각 분야 전문 포럼을 개최합니다. 지난 12월 12~13일에는 일본 나라에서 제 7회 미식관광 세계 포럼(World Forum on Gastronomy Tourism)이 열렸는데요. 스타트업 피칭 경연에서 우승한 서비스 ‘바이푸드(byfood)’의 비즈니스 모델이 인상적이어서 간단히 소개합니다.
바이푸드를 요약하자면, ‘일본어를 몰라도 일본의 미식을 깊이있게 체험하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우리가 이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단순히 구글맵 맛집 순례를 넘어서 현지 셰프에게 요리를 배울 수도 있고, 미슐랭 식당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고, 현지에서 맛본 음식을 한국에 돌아가서도 우편 주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왜 이 서비스를 개발해왔는지, 그리고 미식 관광을 돕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최근 경향에 대해 알아봅니다.
서비스 개요 /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터키인 세르칸 토소(Serkan Toso)는, 일본어가 서투르다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예약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겪는 불편함 속에서, 일본의 미식산업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일본 음식을 다루는 식당의 90%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없었으며, 전화나 심지어 팩스로 예약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70%는 일본 고유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합니다. 그는 이러한 간극을 ‘디지털 전환’하기 위한 미식 여행 플랫폼 ‘바이푸드’를 개발했습니다.
바이푸드는 미식 테마의 일본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3단계로 접근합니다.
1단계: 여행 전 –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일본 음식에 대한 영감과 여행의 동기를 촉진한다.
2단계: 여행 중 – 개별 맞춤화된 푸드 투어 또는 상시 참여 가능한 푸드 투어, 미슐랭 레스토랑 예약 기능 제공
3단계: 여행 후 – 일본 식재료나 미식 아이템의 온라인 상거래 쇼핑몰
그는 이번 스타트업 피칭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요. 바이푸드의 초창기 성공 요인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바로 ‘유튜브’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본 라멘 체험이라는 오리지널 체험 상품을 론칭하면서 유명 유튜버에게 홍보 영상을 의뢰했고, 총 100만 뷰의 성과를 올리면서 노출과 구매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이푸드는 외부 홍보에 의존하지 않고, 초창기부터 자체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데 많은 공을 들여 현재 1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라멘 한 그릇은 1만원이지만, 오리지널 체험은 10만원입니다. 같은 라멘을 가지고도 경험을 판매하면 1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죠. 미식 관광의 핵심은 바로 부가가치입니다. 이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역시 체험 연결에 따른 수수료인데요. 판매자(레스토랑)와 구매자(여행자)에게서 모두 15%의 커미션을 받습니다.
바이푸드는 일본 전역의 레스토랑에 ‘엑세서블 다이닝’, 즉 외국인도 언어 장벽 없이 온라인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할 수 있으며 주문을 받는 식당 오너들은 일본어로 이를 확인하고 수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외국인은 레스토랑에 방문해서 QR코드를 통해 일본어를 몰라도 손쉽게 메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들의 시스템은 약 85만 개의 식당이 사용하고 있죠. 또한 식당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통해 또다른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이푸드의 유튜브 채널
미식 경험 플랫폼의 최근 경향 / 마치며
흥미로운 것은, 바이푸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특별할 것이 없는 최근의 경향입니다. 다만 일본이라는 큰 요식업 시장, 그리고 더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캐치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한 바이푸드의 실행력이 매우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려는 미식 여행의 최근 경향은, 숙박 시장에서 나타나는 ‘단기 임대 플랫폼’처럼 하나의 트렌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스타트업 경쟁에서 거의 동일한 모델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바로 남아메리카 전반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필로’입니다.
필로의 CEO는 피칭에서 ‘우리가 에어비앤비 체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메이저 여행 플랫폼에서도 다양한 푸드 투어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식당을 예약할 수는 없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필로는 푸드 마켓, 페어, 팝업 키친과 같은 ‘실시간 이벤트’를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기존의 OTA와 차별화를 추구했습니다. 현재 콜롬비아에서만 서비스 중이지만, 곧 전 남미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향후 남미 미식 여행이 좀더 편리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필로 둘러보기